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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최지은 · 유선사 · 2024

바다를 보고 있으니 분명해졌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예전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길은 그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다. 데이터도 없고, 정답도 없고, 지도도 없다. 영구 궤도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괜찮다. 돌아갈 수 없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되니까. 오랜 시간 만들어진 내 궤도의 관성을 뿌리 치고,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 계획했던 대로, 상상했던 대로, 염원했던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고, 궤도를 이탈했다고 절망하고 슬퍼할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단순하다.


죽을 거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하고 죽고 싶어서,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뭐든 해본다. 고민하고 분석하고 걱정할 시간에, 무조건 지르고 본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지금 내 앞에 닥친 과제를 충실하게 해결해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죽을 거라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 뭐, 죽기밖에 더 하겠는가.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평생의 군더더기들이 사라지고 알맹이만 남았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내 곁에 남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살고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