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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노트

이옥선, 김하나 · 템플릿 · 2022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작지만 단단한 바위섬이 하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나는 ‘빅토리 노트‘를 펴볼 때마다 나의 태어남을 기뻐하고, 작고 연약한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보듬어준 누군가가 세상에 있었음을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마다 더욱 누렇게 바래어가는 종잇장 사이에서 인생의 비밀은 더욱 값지게 숙성되어 가는 듯하다.


“쾌활하고, 적극적이고, 고집쟁이고, 귀엽고, 착하고, 예쁘다.” 위에 저렇게 패악질을 부리고 난장판을 만든 나의 만행을 다 서술한 뒤 ˝착하고, 예쁘다˝로 끝나다니? 누군가는 습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엄마는 습관적이고 인사치레 같은 말을 안하는 분이다. 종종 서운할 정도로 가차 없다. 오냐오냐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이 일기에서도 엄마는 『난중일기』풍의 문체로 사실들만 간명하게 썼기 때문에 엄마가 실제로 저 모든 행패에도 불구하고 나를 착하고 예쁘게 보았던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