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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 빅피시 · 2022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헤맬 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믿으려는 의지만으론 믿음이 생기지 않아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서른에 공격받는 선량한 이들을 떠올리다 보면, 결국 그들의 가치보다는 서른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었다. (…)때로는 서른에 부과된 의무가 오히려 서른의 묘미를 망치는구나 싶기도 했다. 서른이 보장하는 것은 겨우 서른하나뿐일진대 어차피 올 순간들이 두려워 손톱만 씹게 되니 말이다. 서른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내가 겁이 많아 무리수를 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게는 불안할 때마다 인생을 다 아는 척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떤 나쁜 일이 닥쳐올지 전부 안다고 소리쳐두면, 스포일러에 김이 샌 불행이 나를 포기하리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아는 바가 없었다. 나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그저 신명 나게 덜그럭거릴 뿐이었다. 이런 방법은 파이팅이 넘쳐 보여도 나약하고 조악한 처세라 오히려 불행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따지고 보면 나의 얼룩진 1년이 그 증명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서른을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후회한다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거나, 좋았다거나 나빴다는 식의 감상도 덧붙이지 않고 넘어간다. 혹여 칭찬만을 허용하더라도 그것 또한 어떤 의미의 다그침이 될 것이기에 차라리 전부 멈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