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독하고 고요한 행위처럼 보이는 독서는 어떤 일보다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개방하고 ‘바깥’을 향하는 활동이다. 우리는 책을 넘기는 순간 한시적으로 ‘나’를 멈추고 저자의 말투와 어휘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받아들인다. 언어는 각을 맞춰 쌓지 않으면 구조물을 만들지 못하는 벽돌과같아서 현실을 조직하고 떠받치는 힘이있다. 요컨대 독서는 공존의 리허설이다.
내가 어떤 경험을 전하는 입장에 있을 때 판단하지 않고 ‘저 사태는 저 사람에게 어떤 별자리에 가서 붙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존 버거가 말년에 자주 사용한 ‘지평’horizon이라는 단어도 이 맥락에서 별자리하고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지평 안에 있는 어떤 대상은 그 지평 안에 있는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 안에서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지평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요.